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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 /제임스 M. 케인>
 
정신 나갈 것 같은 소설. 왜냐? 내 정신 나간 마지막 연애와 닮았다. 물론 어느 소설을 대할 때나 굳이 나와 닮은 점을 찾아내며 읽는 것도 맞지만.. 내가 프랭크가 되었다가 코라가 되었다가. 또는 살해 당한 그리스인이 되었다가.
꽤 섹시하고 짜릿한 경험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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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눌어붙어 있을 작정이었어. 하지만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맙소사, 내가 작고 하얀 새처럼 보여?"
"차라리 지독한 고양이처럼 보이는데."
"잘 봤어. 그렇지. 그게 당신 매력이야. 당신이라면 항상 속일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당신은 깨끗해. 개기름이 흐르지 않아. 프랭크, 그게 뭘 뜻하는지 알기나 해? 당신은 개기름이 흐르지 않는다고."
"짐작할 수는 있어."
"그렇지 않을 걸. 그게 여자에게 뭘 뜻하는지는 남자는 알 수 없어.개기름이 흐르는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그가 건드릴 때마다 역겹고 구역질이 나지. 난 정말로 그렇게 지독한 고양이는 아니야, 프랭크. 그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뿐이지."
"당신 뭘 하려는 거야? 날 놀리는 거야?"
"아, 알았어. 그럼, 난 지독한 고양이야. 하지만 내가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개기름이 흐르지 않는 사람 하고라면 말이지."
(...)
"당신은 멋진 방랑자였어. 양말조차 없었으니."
"당신은 그런 날 좋아했잖아."
 
-
 
"당신이 좀 쓸모가 있었으면 했어. 당신은 똑똑해. 하지만 당신은 쓸모가 없어."
 
-
 
"그게 끔찍한 부분이야. 내가 당신을 배신했어. 둘 다 서로 배신했어."
"그러니까 비긴 거지. 안 그래?"
"비겼어. 하지만 지금 우릴 봐. 우린 산꼭대기에 있었어. 아주 높은 곳에 올라 있었어. 프랭크. 그곳에서. 그날 밤, 우린 모든 걸 가졌어.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몰랐어. 우린 키스했고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영원하도록 봉인했어. 우린 세상에 있는 그 어떤 두 사람보다 더 많은 걸 갖고 있었어. 그런 다음 무너져 내렸어. 처음엔 당신이, 그리고 그런 다음엔 내가 말이야. 그래, 비겼어. 우리가 이곳 바닥에 함께 있으니. 하지만 더 이상 높이 오르지 못해. 우리의 아름다운 산은 사라졌어."
 
-
 
그녀의 눈은 멍들었고, 가슴은 들어 올려져 나 아닌 다른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부드러웠다. 두 개의 커다란 분홍색 반점처럼 퍼져 있었다. 그녀는 이 세상 모든 매춘부의 어머니 같았다. 그날밤 악마는 제 값어치를 했다. 
 
-
 
"프랭크, 전에 뭔가 '되고' 싶은 적 없었어?"

"내 말 듣고 이해 좀 해 봐. 난 이곳에서 떠나 버리고 싶어. 주위를 둘러볼 때마다 매번 빌어먹을 그리스인의 유령이 달려드는 게 보이지 않고, 꿈에 그의 메아리가 들리지 않고, 라디오에서 기타 소리가 나올 때마다 매번 깜짝 놀라지 않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떠나야만 해. 내 말 듣고 있어? 여기서 나가야만 해. 아니면 돌아 버릴 거야."
"내게 거짓말 하고 있지?"
"아니야. 거짓말이 아니야. 내 평생 이보다 더 진심이었던 적은 없었어."
"당신이 그리스인의 유령을 보는 게 아니야. 그게 아니야. 다른 사람이 그걸 볼지 모르겠지만 프랭크 체임버스 씨는 아니야. 아니. 떠나 버리고 싶은 건 그냥 당신이 부랑자이기 때문이야. 그게 다야. 여기 왔을 때 당신은 부랑자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
들어 봐, 프랭크. 당신이 날 알게 된 이래 계속 날 부랑자로 만들려고 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못할 거야. 얘기했지, 난 부랑자가 아니라고. 난 뭔가 '되고' 싶어. 여기 살자."
 
-
 
미친 듯이 요란한 웃음이었다. "그런데 고양이가 돌아왔네! 두꺼비집을 밟고 죽어 버렸는데, 여기 다시 와 있네! 하, 하, 하, 하, 하! 우습지 않아? 고양이가 당신에게 얼마나 재수 없는지 말이야."
 
-
 
"프랭크, 무슨 짓 하고 있었는지 알아. 거기 누워서 날 죽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지?"
"자고 있었어."
"거짓말하지마, 프랭크. 나도 당신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
 어떻게 죽일지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게 바로 내가 했던 짓이었다. 
그녀 바로 옆에 누워 그녀를 죽일 방법을 생각해 내려고 애썼다.
"그래, 맞아. 그랬어."
"알고 있었어."
"당신은 뭐가 더 나은가? 날 새킷에게 넘기려고 하지 않았어? 똑같은 거 아닌가?"
"그래."
"그러면 비겼네. 다시 비겼네. 출발점으로 바로 돌아왔네."
"아주 그렇지는 않아."
"오 아니, 우린 그래." 그때 나는 조금 지쳤고,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야. (...) 그 여자와 떠나려고 했어, 코라. 고양이를 잡으러 니카라과로 가고 있었다고. 그런데 떠나 버리지 않은 이유는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우린 서로 사슬로 묶여 있어, 코라. 우린 산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었어. 산이 우리 위에 있었고, 그날 밤 이래로 산은 언제나 거기 있었어."
"그게 당신이 돌아온 유일한 이유야?"
"아니. 그건 당신과 나 때문이야. 다른 사람은 없어. 당신을 사랑해, 코라. 하지만 당신이 사랑 안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 아니야. 그건 미움이야."
"그러면 날 미워해?"
"모르겠어. 하지만 우린 적어도 평생에 단 한 번, 진실을 말하고 있잖아. 그게 돌아온 이유의 일부야. 당신도 그걸 알아야 돼. 그리고 내가 여기 누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그것도 이유야. 이제 당신도 알고 있지."
"당신에게 할 말이 있다고 얘기했지, 프랭크."
"아."
"아기를 가졌어."
 
-
 
피를 멈추려고 애쓰는 와중에도 그녀에게 얘기하고 울고 키스했다. 그 키스들은 결코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그녀는 죽어 있었다. 
 
-
 
난 그녀를 만나고 싶다. 서로에게 했던 말이 전부 진심이었다는 것, 내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는 걸 그녀가 알아주길 바란다. 그녀가 무얼 갖고 있었기에 그녀에 대해 이런 식의 감정이 드는 걸까? 모르겠다. 그녀는 뭔가를 원했고 그걸 얻으려고 노력했다. 아주 잘못된 방식으로 노력했지만 코라는 노력했다. 나를 그렇게 느끼게 만든 게 무엇이었을까. 왜냐하면 그녀는 날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를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종종 말했다. 나는 그녀 말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너무 컸다. 한 여자의 존재가 그렇게 너무 큰 것은 흔한 일은 아니라고 나는 짐작한다. 



Damn…